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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랑했잖아

by. 사키라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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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습한 일요일의 오후는 장미 꽃잎을 떨구고 회색으로 젖은 거리를 아이보리색 힐로 힘없이 톡톡 찍어 내리는 내 얼굴의 눈물도 떨구고있어,

이제 그만 울자, 하는 생각도 없이 길거리에서 창피하게 우는 나는 가슴속의 엉킨 어둠들을 풀어내지도 못하고 있어.

내 마음에 어둠을 칠하고 그걸 마구 찢어 흐트려 놓은 너,

그 전에 내 멋대로 마음속에 밝음을 칠한 나.

우리 둘은 한 때 정말 사랑했었는데, 왜.

"소스케~"

"어,왔어."

"미안, 좀 늦었지?"

역시 너는 나보다 일찍 와 있었어, 그리고 내 음료수까지 미리 주문해놓았네.

상큼한 레몬에이드, 톡톡튀는 노란 레몬에이드를 입에 살짝 머금고 널 보니 많이 안 좋아보여, 처음 보는 얼굴이야.

"소스케, 자! 스마일, 스마일!"

난 평소처럼 너의 볼을 잡아 위로 끌어 올리지.

어, 그런데 좀 많이 이상해.

내 눈을 피하면서 따라오는 볼에 어른의 회색이 묻어있어.

"이제 헤어지자."

"어.., 아니, 뭐라고?"

"서로 깨끗이 잊고, 없었던 일로 하자. 끝내자고."

"갑자기 그런.. 어떻게 그래."

"너같은 여자, 이제는 마하로 질려버렸고. 이젠 만나면 기쁘지도 않고.. 설레지도 않고. 아니, 오히려 짜증나. 귀찮고."

"너같은.. 여자..?"

"그리고 이제 다른 여자 좋아해."

"누군데, 그게."

".. 우연이건 필연이건 서로 얼굴 볼 일 없게 하자."

"시간이 필요 한 거라면.."

"연락 하지 마."

왜 나보다 먼저 일어서서 저 쪽으로 가는거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하이힐 신은 내가 잘 못 일어나니까 잘 기다려 줬잖아.

가방도 들어 주고 머리도 살짝 쓰다듬어줬는데, 오늘 신은 힐도 그 날 신었던 거랑 똑같은 건데.

카페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날 쳐다봐.분명 다들 우리 상황을 알겠지.

'넌 좋은 여자였어.' 라는 무책임한 말을 한 모금의 레몬에이드에 풀어넣은 너. 그 독을 입에 머금은 난 조금씩 분해되겠지.

앞으로 더 이상 달콤한 초콜릿을 먹지 못해도 좋아, 향기롭게 코에 감기는 따뜻한 아로마 캔들의 포옹에 젖어들지 못해도 좋아,

스마일 원칙을 배웠던 그 넓고 깊은 숲에 둘이서만 갔을 때 맞추었던 네 입술이 초콜릿보다 더 달콤했고,

내가 미우와 다퉜을 때, 속상해서 책상에 엎드려서 울고 있던 나를 안아준 너의 품이 그 때 내 앞에 놓여진 손바닥 만한 보라색 캔들보다 더 따뜻했어. 내 몸과 머리를 산산이 찢어서 너에게 맞출 수만 있다면, 아니, 맞추었더라면.

지금쯤 너는 내 손을 잡고 나에게 웃어줄까? 너에게 마지막으로 던지는 눈물 한 줄기,

이제는 마지막으로 삼키는 너의 남은 사랑들.

비에 젖지 않도록 조심히 잘 전해지기를.

눈물에 씻기지 않도록 부드럽게 나를 감싸기를.

그러기를 비의 쓸쓸한 선율에 실어 보내는 나는 이제 점점 너를 마음에서 지워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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